‘고의 교통사고’ 보험사기, 현장에 답이 있는데… 왜 초동조사는 외면하나 업무협약은 늘었지만, 사고 현장은 여전히 ‘고객 응대’에 머물러
한국도로교통공단이 경찰청·금융감독원·손해보험협회와 함께 고의 교통사고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의 취지는 명확하다. 고의 사고로 인한 보험사기를 줄이고, 과학적 사고 분석과 기관 간 협력을 통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고의 교통사고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교통사고 초동조사 현장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하면 다 나온다”… 이미 늦은 수사
보험사기, 특히 고의 교통사고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상당 부분 윤곽이 드러난다.
차량 위치, 제동 흔적, 충돌 각도, 당사자 진술의 일관성, 블랙박스 유무와 반응 속도 등은 초동조사 단계에서만 확보 가능한 핵심 단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초동조사는 사고 원인 규명이나 사기 여부 판단보다는 보험 고객서비스 중심의 업무 처리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고 당사자 보호와 민원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고의성 판단은 사실상 뒤로 밀려 있다.
결국 수사는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수준”까지 사기가 반복되고 난 뒤에야 시작된다.
이른바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방식이다. 이미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키운 뒤에야 움직이는 셈이다.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 줄지 않는 구조적 문제
보험사기 편취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범죄 통계가 아니라, 선량한 국민의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고의 사고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초동조사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의 교통사고는 사후 수사보다 초기 차단이 핵심”이라며, “현장 조사 단계에서 공학적 분석과 수사 관점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고 현장을 직접 마주하는 조사 인력이 사고 조사자라기보다 ‘민원 응대 요원’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탁상공론식 협약, 현장 변화 없으면 무의미
이번 업무협약은 분명 상징적 의미는 있다. 그러나 현장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기관 간 정보 공유나 첨단 분석 기술 도입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바로 그 순간, 누가 어떤 관점으로 현장을 조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고의 교통사고는 우연을 가장한 범죄다. 그리고 그 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진다. 초동조사를 형식적인 절차로 방치하는 한, 보험사기는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에 다 밝혀내겠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현장에서부터 사기를 걸러내는 구조적 전환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협약 역시,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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