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을 가르는 진짜 변수 3가지 18.2년이라는 숫자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12월 발표한 「2024년 생명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3.7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질병이나 사고로 아픈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65.5년에 그쳤다. 둘의 차이는 18.2년. 평균적인 한국인은 생애 마지막 18년 남짓을 병원이나 요양 시설을 오가며 보낸다는 뜻이다. 이 격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를 두고 온갖 건강 정보가 쏟아진다. 문제는 그중 상당수가 ‘오래 사는 법'(라이프스팬)과 ‘건강하게 기능하며 사는 법'(헬스스팬)을 구분하지 못한 채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의사 피터 아티아는 2023년 저서 《아웃리브(Outlive)》에서 이 구분을 명확히 했다. 목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80세에도 65세처럼 걷고 판단하고 관계 맺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진짜 목표는 헬스스팬 — 80세에 65세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 피터 아티아, 《아웃리브》(2023) 이 틀로 보면 그동안 당연시했던 건강 상식 중 상당수가 흔들린다. 관련 연구와 통계를 하나씩 짚어봤다. 1. 수면 — 운동·식단보다 먼저 무너지는 것 ▍ 한 시간이 만드는 차이 수면 부족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그 효과가 이렇게 즉각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시간주 병원 데이터를 분석해 2014년 ‘오픈 하트(Open Heart)’ 저널에 실린 연구는, 봄철 서머타임 시행으로 수면이 한 시간 줄어든 다음 월요일에 급성심근경색 입원이 평소보다 24% 늘었다고 보고했다. 반대로 가을철 시계를 되돌려 한 시간을 더 잔 다음 날에는 심근경색이 21% 줄었다. 이후 미국심장협회(AHA)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반복된 연구들도 대체로 봄철 전환 후 심근경색이 4~29% 늘어난다는 일관된 방향성을 확인했다(2018년 메타분석, 87,994건 분석). 다만 이 연구는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미시간주 한정 데이터라는 점, 그리고 상관관계이지 완벽한 인과관계 증명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 뇌의 청소 시스템, 글림프 수면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은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다. 2013년 로체스터대 마이켄 네더가드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깊은 수면 중에는 뇌세포 사이 공간이 넓어지면서 뇌척수액이 흘러들어 알츠하이머병의 주범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등 노폐물을 씻어낸다. 이 청소 작용은 깨어 있을 때보다 수면 중에 훨씬 활발해진다는 것이 해당 연구의 핵심 결론이다. 다만 이 메커니즘은 주로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것으로, 인간 뇌에서 수면 시간과 노폐물 제거량의 정확한 정량적 관계까지 규명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하루 4~5시간만 자고도 문제없다고 자랑했으며 훗날 둘 다 치매를 진단받았다는 일화가 자주 인용된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수면과학자 매슈 워커가 저서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우연이겠지만 흥미롭게도”라는 단서를 달고 소개한 개인적 관찰일 뿐, 통계적으로 검증된 인과관계가 아니다. 짧은 수면과 치매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은 다수의 역학 연구에서 보고돼 있지만, 이 일화 자체를 근거로 삼는 것은 과장이다. ▍ 실행 기준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국립보건원(NIH)이 권고하는 성인 적정 수면 시간은 7~9시간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깊은 수면의 연속성이다. 분할 수면(짧게 여러 번 자는 것)으로 총 수면시간을 채우는 방식이 연속 수면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근거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 일부 수면제는 의식은 잃게 하지만 깊은 수면 단계 진입을 방해할 수 있어, 약물보다는 취침 환경과 규칙적인 취침 시각 확보가 우선이라는 게 수면의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2.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 ▍ 붉은 고기 17% vs 흡연 1,500~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