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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 해지 ‘역대급’ 러시… 상반기 해약환급금 36조5000억 원

물가 부담·증시 호황에 등 돌린 가입자들… 정부 가계대출 규제도 ‘풍선효과’ 부채질

미래를 대비해 들었던 보험을 스스로 깨는 국민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내준 해약환급금이 1년 전보다 45% 넘게 불어나며,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올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약환급금 36조5000억… 1년 새 11조 원 넘게 증가

올해 상반기 기준 22개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은 36조5000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 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만 11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로는 45%를 웃돈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약환급금은 보험 가입자가 계약 만기 전에 스스로 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받는 돈이다. 보험료가 제때 납입되지 않아 보험사가 계약을 강제로 끝내는 ‘효력상실’과 달리, 해약환급금은 가입자가 자발적으로 계약을 깼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통상 납입한 보험료보다 돌려받는 환급금이 적은데도 해지를 택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왜 보험을 깨나… “장기 손실 감수보다 지금이 급하다”

보험업계는 해지 급증의 배경으로 우선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살림 악화를 꼽는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여윳돈’으로 여겨지는 보험료부터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설문 등에서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장기 보험은 해지 시 손해 폭이 너무 커서 애초에 가입하지 않는 게 낫다”거나 “부모 세대가 중도 해지로 손해를 본 경험을 지켜봐 보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역대급 강세를 보이면서, 보험에 장기간 묶어두던 자금을 빼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주식 등 투자처로 옮기는 흐름도 해지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 보험계약대출 한도 축소가 해지 압박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오히려 보험 해지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 계약자는 별도의 신용심사 없이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보험계약대출’을 받을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할 때 주로 활용해왔다. 실제로 올해 7월 말 기준 삼성생명·하나생명·교보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2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 원 늘었다.

은행권 대출을 조인 정부 정책이 보험업계로 수요를 옮기는 ‘풍선효과’를 낳자, 정부는 보험사들에도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보험사들이 해약환급금 대비 대출 한도를 낮추면서,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들은 대출 대신 아예 계약을 해지하는 쪽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던 정책이 장기 보험계약자의 이탈을 부추기고 보험사의 현금 유출을 키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가입도 감소… 보험사들 “눈높이 낮춘 신상품”으로 반전 모색

기존 가입자 이탈뿐 아니라 신규 가입도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의 신계약 건수는 전체 572만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만 건 넘게 감소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기존 상품의 한계를 보완한 신상품으로 신규 가입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 보험사는 30·40대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대신 80세 이후 보장 금액을 확대한 상품을 내놨고, 다른 보험사는 일정 시점부터 납입한 보험료를 매달 나눠 돌려주는 방식의 종신보험을 개발해 선보였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현재를 희생해 먼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당장의 경제 활동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보험업계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 소비자가 챙겨야 할 점

① 보험 해지 전에는 반드시 예상 해약환급금과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비교해 손실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② 급전이 필요하다면 해지보다 보험계약대출, 중도인출, 감액완납 등 다른 선택지의 조건을 함께 따져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③ 보장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면 해지 후 재가입 시 나이 증가와 건강상태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거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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